2025년 8월 1일 금요일

이공계 인력 양성 정책들을 바라보며...

 인재 유출이다, 의대 쏠림 현상이다 말들이 많다. 이것 때문인지 정부에서는 이공계 육성 정책이라고 여러가지 이공계 인력양성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서 이런 인력 양성 정책이 인재들을 이공계로 끌어들이는데 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내 생각에 소위 최상위권의 인재들이 이공계로 안 오는 것은 우리나라 고용이 경직되어 있고 임금 체계도 연공서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 가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사고과는 짬순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설령 높은 인사고과를 받는다하더라도 드라마틱한 연봉 변화는 없다. 회사에서 연구원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 특허내고 그게 대박난다 하더라도, 회사가 그 기술에 상응하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창업이 쉬운것도 아니니 어느 인재가 우리나라 이공계에 가서 월급쟁이 연구원을 하고 있을까? 그러니 뛰어난 인재들은 실력에 따른 보상이 확실한 미국으로 가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우리나라 시스템이 나쁜건가? 인재들을 뺀 범인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시스템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안정적인 고용 형태와 만족스러운 급여, 블라인드에만 들어가봐도 대기업이 전문직보다 좋다는 글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Fast Follower 입장을 취하던 산업 구조에서는 지금의 시스템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으나, 앞으로 우리나라도 선도적인 기술을 개발해야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뛰어난 인재들이 이공계로 와서 꿈을 펼치고 좋은 기술을 개발하여 산업 경쟁력에 이바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보상 체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용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3년 9월 25일 월요일

동경 생활 - 2

이 블로그는 몇 년에 한번 생각날때 한번씩 들어와서 글을 쓰는터라 좀처럼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박사 유학을 떠난게 2012년 9월 26일이니, 딱 11년전 오늘 일이구나...

처음2015년 말에 글을 쓸때는 유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을 좀 써보고, 나와 공감대를 갖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쓴글이었는데... 이제와서는 오래전 그날을 떠올리면서 하나하나 글을 써내려가는 추억회상 정도일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밤늦게 글을 쓰면서 옛날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니,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써본다.


교수님께 첫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날,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미타카 기숙사로 향했다.

키치죠지 역에서 내려, 일본인 석사1학년이던 친구(외국인 유학생 도와주고 받는 장학금 때문에 연구실에서 나를 전담 마크해주었다.)를 만나서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이동했다. 키치죠지역에서 미타카 기숙사까지는 걸어서는 40분 넘게, 자전거나 버스로는 20분, 택시로는 15분 내외가 걸렸던거 같다. 

미타카 기숙사 중앙 건물에서 방배정을 받고, 강당에 놓여있던 전자제품 중 쓸만한 놈(냉장고, 전자렌지)을 챙겼다. 이건 선착순이었고, 아주 늦게 도착하지 않은 덕분에 괜찮은 놈을 골라 3년간 잘 쓰고 왔다. (마찬가지로 떠날때는 여기에 기증하고 왔다. 추가로 구매한 전자제품들과 함께...) 인터넷 신청을 하고, 이불과 베개를 사러 갔다. 걸어서 20분 넘게 가면 있는 커다란 마트에서 샀던것 같다. (이때 한번가고 그뒤로는 한번도 안 간 마트라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그리고 기숙사 방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내 생애 본 바퀴벌레 중 가장 큰 놈을 마주하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바닥만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쫓아내려는게 실패해서 장 밑으로 들어가버리고말았다. 절망감 속에 샤워를 하고 나왔을때 또 마주해버리고... 다시 그놈은 장 밑으로 들어가고...

기숙사에서의 첫 날 밤은 악몽 그 자체였다. 뭔가 바퀴벌레가 알을 낳는 소리의 환청도 들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올것 같고... 다음날 아침 역시나 그 놈과 마주했고, 이번에는 다행히 내 방에서 퇴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기숙사에 돌아왔을때, 내 방 현관문 밑에 숨어 있는 놈을 또 발견하고 복도에 굴러다니던 빗자루로 사살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후 한국에서 바퀴벌레 약을 공수받아, 방 구석구석 짜놓았다. 약 덕분인지 일본을 떠날때까지 바퀴벌레는 방에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주에 미타카 시약소에 가서 전입신고하고, 신오오쿠보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고, 동경대 혼고 캠퍼스 근처의 미쯔비시 UFJ 은행과 우체국에서 통장 개설하고... 통학 증명 서류 받아서 열차 통학권도 만들었다. 서류를 역에가서 보여주고 신청 개월수에 따른 돈을 내면 갖고 있는 파스모나 스이카 앞면에 커다랗게 구간역과 날짜를 프린팅해준다... (난 이노카시라선 전체구간인 키치죠지역에서 시부야역까지로 했다... 코마바 캠퍼스가 있는 코마바 토다이마 역에서 시부야 역은 2정거장이라.. 이 정도는 유도리있게 해주었다... )

아.. 그리고 학비 감면 신청도 했구나... 정말 수기로 쓸게 많았던 큰 노랑색 종이... 그래도 한번 써놓으면 매학기 같은 내용으로 쓰면되니까 한번 쓸때 잘 써놓으면 좋다... 보통 반액 감면은 기본으로 뜨고... 운이 좋으면 전액 감면도 뜬다.. 난 6학기중 한번 전액 감면 받아봤다...


이렇게 유학 생활에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10월도 후딱 지나가 있었던 것 같다.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동경 생활 - 1

동경대 입학정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게 졸업이 1년이나 지난 2016년에 쓴 글들은 이제 누군가에게 도움이 안될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시간이 더 흘러 2022년. 마지막 글을 작성한지도 6년이나 지났고, 졸업한지는 7년이 되었다. 

이제 동경에서의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더 늦기전에 끄적여 놓아서 나중에 추억삼아 볼수 있는 페이지로 남겨두는 게 나을 것 같다.


10월 1일 입학이었지만, 지도 교수님은 먼저와서 얼굴이라도 보자며 9월 26일 일본에 와줄것을 요청했다. 뭐 호텔비도 준다고 하고 딱히 미룰 필요도 없어 하네다 행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 커다란 이민 가방 1개와 케리어, 그리고 통기타 1대를 메고서... 

오버차지가 너무 심해 발권 데스크에서 책들을 이리저리 옮겨 담던게 아직도 기억에 난다. 따지고 보면 오버차지 비용이면 그냥 국제 택배로 좀 나중에 받는게 나을뻔했었지... 암튼 하네다 공항에 내려서 뭔가 이제 3년간은 혼자라는 생각에 쓸쓸히 (평일 낮이라 공항마저도 한가했었다.) 신주쿠행 공항 버스를 탔다. 날씨는 약간 흐렸고 태풍이 온다는 탓에 바람이 좀 부는 날이었다. 신주쿠역에 내려서는 이민 가방을 질질 끌며 엄청 힘들게 전철을 타고 숙소가 있던 아사가야 역까지 갔다.

아사가야역의 스마일 호텔.. 왜인지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가격이 싸고 연구실까지 가까워서 고른 호텔이었다. 방은 일본 비즈니스 호텔답게 매우 좁았고 어두웠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나와서 제일 먼저 간곳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에서 젤리 하나를 사서 먹었었다. 그리고 가져온 기타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규동 집에서 가지가 올라간 규동을 먹었다. 정확히는 가지가 일본어로 뭔지 몰라서... 그냥 시킨다는게 그거였다. 그리고 계란을 올렸다. 반숙과 완숙... 유학전 일본 여행을 3번이나 왔었지만 규동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뭐 그 이후로는 거의 소울 푸드가 되어 3년간 잘 먹었지만...

그리고 다음날 교수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흔쾌히 호텔비로 쓰라며 4만엔을 주셨다... 이때는 잘 몰랐지만, 연구실 회식을해도 더치페이하는 일본 문화에서 이런건 정말 흔치 않은, 아니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연구실 책상을 배정받고, 일본 윈도우와 일본 키보드를 처음 봐서 신기했던 기억이다. 졸업하는 동갑내기의 일본 박사와 인사하고, 내가 이어받을(?) 실험 장비와 컴퓨터 등을 소개해 줬다. (정말 소개만 해주고 갔고 그 박사 녀석도 실험은 직접해본적은 없어 세팅하는데 1년의 시간이 걸렸었다...)

그리고 연구실 애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서처럼 요란스런 신입생 환영회도, 이렇다할 저녁 식사도 없었다. 





2016년 4월 26일 화요일

동경대 입학정보 - 2. 기숙사 신청

2월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연구 과제 마무리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3월부터는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일본어를 전혀 몰랐기에 (고등학교때에는 독일어, 스페인어를 배웠었다...) 히라가나부터 시작해야했다. 그렇게 일본어를  배우는 중 7월 중순 MEM 사무실로부터 메일이 왔다. 기숙사를 신청하란다.

내가 입학할 당시 제안받은 기숙사 리스트는 다음의 6개였다.
 1. Shiroganedai International Lodge
 2. Kashiwa Lodge
 3. Mitaka Lodge
 4. Toshima Lodge
 5.  Oiwake Lodge
 6. Komaba International Lodge

학위기간동안 머물수있는 (박사 3년, 석사 2년, 연구생 1년) 기숙사는 미타카, 토시마, 오이와케 기숙사였고 나머지는 각 1년씩이었다.

내가 입학하기로 했던 교수님의 연구실은 혼고 캠퍼스가 아닌 코마바 제2캠퍼스 (연구캠퍼스)였기 떄문에 학위 기간동안 머물수 있는 기숙사 기간을 고려하여 미타카 기숙사를 1순위로 하여 신청하였던 것 같다. 

미타카 기숙사에서 코마바 제2캠퍼스 까지의 루트는...
1.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다이역(三鷹台)까지 간후, 
또는 2. 버스를 타고 키치죠지(吉祥寺)역까지 가서 
->이노카시라선을 타고 코마바토다이마에(駒場東大前)역이나 이케노우에(池ノ上)역까지 가서 도보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미타카다이역에 큰 규모의 무료 자전거 주차장이 있어, 자전거를 이용한 루트 이용이 편리했지만 2013년 경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차난이 심해져 자전거를 이용하지 못했었다.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다이역까지 가는 언덕길도 점점 힘들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 졸업때까지 버스를 타고 키치죠지역까지 가는 루트가 나의 통학 루트가 되었다.

참고로 학생의 경우 전철 통학권 발행이 가능하며 역을 키치죠지에서 이노카시라선의 종착역인 시부야역까지도 지정이 가능하니, 가끔 시부야 마실이라도 나갈 생각이라면 이렇게 지정하는게 좋다.


P.S.-영구적인 링크는 아니겠지만, 동경대 기숙사는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2019년에 새로운 기숙사를 오픈했네;;;)

동경대 입학 - 1. MEM 과정 신청

우선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은 동경대학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약 반년이 지난 후이므로 유학 과정 준비 등의 정보는 현재와 다소 상이할 수 있음을 밝힌다.

나는 2011년 9월 경 동경대학 박사 과정 진학을 결심하게 된다. 2012년 2월 졸업임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결정이기는 했으나 그 때는 왜 그리 당연히 합격할 거라 자신했는지 모르겠다.
지도 교수님과의 상의 후 일본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어 진학 의사를 밝혔다.
지도 교수님과 일본 교수님은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나도 학회 등에서 몇 번 인사를 드린 사이였기에 진학 Process를 통과하면 본인의 연구실에서 공부할 것을 쉽게 승락 받을 수 있었다.

이후 2011년 10월 경 동경대학교 해당 학과 사무실에 이메일로 컨택하게 되었고, 학과 사무실 측에서는 MEM Program(현재의 IME Program)을 통해 진학 Process를 진행할 것을 추천해 주었다. MEM Program은 쉽게 이야기하여 외국인 입학 Process로 일본의 대학원 입학 고사*를 별도로 준비할 필요없이 연구 실적, 영어 성적(TOEFL, GRE), 대학 성적 및 대학 평판도, 지도 교수의 추천서 등을 기초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원 입학 프로세스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MEM Program Due-date가 11월말로 약 한달간의 시간동안 제출해야할 서류를 미친듯이 작성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DHL로 서류를 마감 3일전에 무사히(?) 보내고, 이후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석사 과정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잊고 지냈던거 같다.

그리고 2012년 1월 합격 통보는 받았다. 문부성 장학금은 탈락하여 자비 유학생 자격의 입학이었다. 내심 문부성 장학금도 기대하고 있던터라 상심이 더욱 컸었다. (그리고 유학생활 3년간 매 학기 초 돈걱정에 시달려야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입학하던 해의 MEM Program으로 할당받은 문부성 장학금 T/O는 3명이며 MEM Program으로 한국인이 지원 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고 한다. (주로 개도국 학생이 받는다는...)

물론 서울대와 동경대간의 특별 입학 전형의 경우 합격자 전원이 문부성 장학금을 받고, 대사관 시험으로 문부성 장학금 수혜를 받는 한국인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샤느님도 아니고 일본이란 나라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문부성 시험을 오랜시간 준비하지도 않았기에 어쩌면 자비 유학생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5년 7월 21일 화요일

三鷹台駅앞 subLime teppan yatai

게이오 이노카시라선 미타카다이역 출구 바로앞에있는 텟판 야끼전문점


다양한 철판 요리와 안주류를 판매. 분위기는 식사보다는 술자리를 위한 가게에 가깝다. 

왠지 제일 자신있는 메뉴로 추정되는 三鷹台ホルモン鉄板焼き를 주문. 

소곱창과 숙주에 미소 소스가 잘 어우러있다. 양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490엔임을 생각하면 진짜 최고인듯. 
평일 정식으로 500엔을 추가하면 밥과 된장국, 그리고 자그마한 감자 샐러드를 함께 즐길 수있다. 




2015년 7월 19일 일요일

天丼 てんや

키치죠지 역 근처 세이유 마트 근처에 위치한 텐동(튀김 덮밥) 체인이다. 
여느 일본 음식점 체인과 비슷하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텐동을 먹을 수있다. 텐동과 우동/소바 세트 메뉴도 추천.

특히 매월 18일은 텐야의 날이라고 하여 할인 메뉴를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 
오징어 튀김, 새우 튀김, 콩껍질 튀김, 연근 튀김해서 390엔... 그래서 이름이 サンキュー(영어발음으로 Thank you) 天丼이다.

맛은 가격대비 상당히 괜찮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