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몇 년에 한번 생각날때 한번씩 들어와서 글을 쓰는터라 좀처럼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박사 유학을 떠난게 2012년 9월 26일이니, 딱 11년전 오늘 일이구나...
처음2015년 말에 글을 쓸때는 유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을 좀 써보고, 나와 공감대를 갖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쓴글이었는데... 이제와서는 오래전 그날을 떠올리면서 하나하나 글을 써내려가는 추억회상 정도일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밤늦게 글을 쓰면서 옛날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니,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써본다.
교수님께 첫 인사를 드리고 난 다음날,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미타카 기숙사로 향했다.
키치죠지 역에서 내려, 일본인 석사1학년이던 친구(외국인 유학생 도와주고 받는 장학금 때문에 연구실에서 나를 전담 마크해주었다.)를 만나서 택시를 타고 기숙사로 이동했다. 키치죠지역에서 미타카 기숙사까지는 걸어서는 40분 넘게, 자전거나 버스로는 20분, 택시로는 15분 내외가 걸렸던거 같다.
미타카 기숙사 중앙 건물에서 방배정을 받고, 강당에 놓여있던 전자제품 중 쓸만한 놈(냉장고, 전자렌지)을 챙겼다. 이건 선착순이었고, 아주 늦게 도착하지 않은 덕분에 괜찮은 놈을 골라 3년간 잘 쓰고 왔다. (마찬가지로 떠날때는 여기에 기증하고 왔다. 추가로 구매한 전자제품들과 함께...) 인터넷 신청을 하고, 이불과 베개를 사러 갔다. 걸어서 20분 넘게 가면 있는 커다란 마트에서 샀던것 같다. (이때 한번가고 그뒤로는 한번도 안 간 마트라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그리고 기숙사 방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내 생애 본 바퀴벌레 중 가장 큰 놈을 마주하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바닥만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쫓아내려는게 실패해서 장 밑으로 들어가버리고말았다. 절망감 속에 샤워를 하고 나왔을때 또 마주해버리고... 다시 그놈은 장 밑으로 들어가고...
기숙사에서의 첫 날 밤은 악몽 그 자체였다. 뭔가 바퀴벌레가 알을 낳는 소리의 환청도 들리고 이불 속으로 들어올것 같고... 다음날 아침 역시나 그 놈과 마주했고, 이번에는 다행히 내 방에서 퇴거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기숙사에 돌아왔을때, 내 방 현관문 밑에 숨어 있는 놈을 또 발견하고 복도에 굴러다니던 빗자루로 사살하는데 성공하였다. 그 후 한국에서 바퀴벌레 약을 공수받아, 방 구석구석 짜놓았다. 약 덕분인지 일본을 떠날때까지 바퀴벌레는 방에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 주에 미타카 시약소에 가서 전입신고하고, 신오오쿠보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고, 동경대 혼고 캠퍼스 근처의 미쯔비시 UFJ 은행과 우체국에서 통장 개설하고... 통학 증명 서류 받아서 열차 통학권도 만들었다. 서류를 역에가서 보여주고 신청 개월수에 따른 돈을 내면 갖고 있는 파스모나 스이카 앞면에 커다랗게 구간역과 날짜를 프린팅해준다... (난 이노카시라선 전체구간인 키치죠지역에서 시부야역까지로 했다... 코마바 캠퍼스가 있는 코마바 토다이마 역에서 시부야 역은 2정거장이라.. 이 정도는 유도리있게 해주었다... )
아.. 그리고 학비 감면 신청도 했구나... 정말 수기로 쓸게 많았던 큰 노랑색 종이... 그래도 한번 써놓으면 매학기 같은 내용으로 쓰면되니까 한번 쓸때 잘 써놓으면 좋다... 보통 반액 감면은 기본으로 뜨고... 운이 좋으면 전액 감면도 뜬다.. 난 6학기중 한번 전액 감면 받아봤다...
이렇게 유학 생활에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10월도 후딱 지나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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